행복한 장의사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자전거를 타고 달리는 할아버지, 여기 저기 지나가는 사람들의 자유로운 일상들이 편하게 보인다. 배달가는 우체부가 처음 자전거를 타듯 뒤뚱거리며 스쳐 지나가고, 화분에 물을 주던 소화가 인사를 한다. 복덕방 황지관은 얼굴을 찡그리며 외면하고, 다방에서 나온 미스황과 미스양은 애교스럽게 손을 흔든다.

전라도 낙천면 거리 한귀퉁이에 몇 십년간 한 자리를 지키며 장의사를 해오고 있는 장판돌 노인의 낙천장의사가 있다. 낙천장의사에는 장의사일을 싫어하는 철없는 손자 재현과 자살 하려다 말고 낙천장의사로 밀고 들어와 장의사가 되겠다는 철구와 동네 슈퍼집 아들 대식이 머무르며 장의를 배우고 있다.

할일없는 세 남자는 황금 슈퍼의 평상에 나와 앉아 아이스크림을 먹거나 지나가는 사람들을 본다. 그들의 이야기상대는 같은 마을에 사는 꼬마 연이다. 재현은 매일 반복되는 지루하고 나른한 일상, 예고없이 찾아온 사랑과 예고없이 찾아오는 죽음을 겪으면서 점점 성숙 해간다. 그리고 자신의 길을 찾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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