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보다 변화무쌍 38살 '시네키드'
액션영화 '자카르타' 감독 정초신

영화 프로듀서, 대학 강사, 조·단역 배우,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프로그래머 정초신씨(38)가 최근 영화감독으로 데뷔했다. 연출작은 '자카르타'. 완전범죄를 꿈꾸며 한날 한시에 은행털이에 나선, 세 팀으로 구성된 7명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정감독은 이 영화 시나리오도 직접 썼다. 김상중·박준규·윤다훈·이재은·임창정·진희경·김세준 등이 주요 배역을 맡았다.

"미로처럼 얽혀 있는 구성과 그 안에서 거듭되는 반전에 초점을 맞춘 오락영화예요. 7명이 모두 주인공으로, 미묘하게 얽혀 있는 이들 사이에 펼쳐지는 두뇌게임이 흥미진진한, '뉴웨이브 범죄액션극'을 선보일 계획입니다"

시나리오는 4년 전에 썼고 2년 전부터 연출준비를 해왔다. 4년 전 당시 정감독은 김혜수·김호진이 주연한 섹스코미디 '미스터 콘돔' 프로듀서였다. 프로듀서는 한 편의 영화를 기획해서 개봉할 때까지, 모든 과정을 책임지는 인물. 정감독은 미국의 대학에서 프로듀서 과정을 전공한 최초의 충무로 사람이다.

1989년 이후 6년여간의 미국 유학생활. 그는 뉴욕대(NYU)에서 영화매체학을 전공, '진주만 습격 이후 종전까지 미국 영화에 나타난 선동성에 관하여'라는 논문으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이어 남가주대(USC) 영화제작학과 석사과정을 수료했다. 귀국 후 '귀천도' '미스터 콘돔' '할렐루야' '퇴마록' '엑스트라' 등을 프로듀서했다.

돌이켜 보면 그는 변화무쌍한 삶을 살아왔다. 그는 중앙대 토목공학과 3학년을 다니다가 재수, 한양대 연극영화과에 입학했다. 이경영·권해효·유오성·박미선 등이 동기들. 배우를 꿈꾸며 각 방송사 탤런트 공채에 응모, 모두 서류전형에서 떨어졌던 그는 졸업 후 한 광고회사에 다니다가 유학을 다녀와 충무로 사람이 됐다.

영화인으로 그가 누리는 재미 가운데 하나가 직접 출연하기. 한양대 재학시절 '겨울나그네' 등에 출연했던 그는 '게임의 법칙' '테러리스트' '미스터 콘돔' 등에 단역, '엑스트라'에 조연으로 등장했다. "연기하며 느끼는 희열을 잊을 수 없다"는 그는 앞으로도 기회가 주어지면 어떤 역이든 마다하지 않을 계획이다.

철저한 프리 프로덕션, 어떤 상황이든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여유와 순발력, 공격적 마케팅. 정감독이 프로듀서·연출자로서 추구하는 원칙이다. 이 원칙을 자신의 감독 데뷔작 '자카르타'에 그대로 적용하고 있다는 그는 100분짜리 극영화 촬영을 20회에 끝내는 계획을 순조롭게 이끌고 있다.

제작비가 1억~2억원에서 1백억원에 이르기까지, 40편의 다양한 장르의 시나리오를 써놓았다는 정초신 감독. 유명 국제영화제 수상작, '관객들이 필견의 영화로 꼽을 만한 영화'를 만드는 게 그의 꿈. 프로듀서·감독·국제영화제 프로그래머·배우로 활동, 영원한 '시네 키드'로 남겠다는 그의 행보가 기대된다.


<글:경향신문 배장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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