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무로 시나리오 악습들 두번째 / 지금 할리우드에서는

“저작권에 관한 한 한국은 아직 저개발의 기억 속에 살고 있다”

시나리오 작가로 재능을 인정받기까지 험난한 과정을 거쳐야 한다는 점에선 할리우드도 매일반이지만 작가에 대한 대접만 놓고 보면 할리우드와 충무로는 천양지차다. 일단 미국에선 작가가 직접 제작자와 일대일 거래를 하지 않는다. 저작권전문 변호사들이 작가의 법률대리인으로 활동하기 때문에 계약없이 작업하다 돈을 못 받거나 작품을 완성해놓고 돈을 못 받는 경우는 거의 없다. 저작권전문 변호사는 작가를 대신해 영화사와 거래하고 작품이 팔릴 경우 10%의 수수료를 받는다.

작가를 보호하는 또다른 장치는 WGA(Writers Guild America) 같은 작가조합의 존재다. 유서깊은 이 작가조합은 영화사와의 협상을 통해 영화와 TV에서 작가의 권리를 보호할 수 있는 여러가지 권리를 제도상에 확립했다. 예를 들어 제작예산대비 고료 하한제가 있는데, 제작비 100만달러 이상인 영화의 최저 원고료는 2만821달러이고 100만달러 이하의 경우 1만1211달러다. 보통의 시나리오비는 제작비의 5% 수준이다.((시나리오란 무엇인가)(민음사 펴냄)에서).

작가가 일방적인 약자로 부당한 일을 당해도 잠자코 있어야 하는 한국과 반대로 미국에서는 작가가 자신의 권리를 침해당했다고 소송을 제기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특히 표절문제로 법정에 가는 일이 곧잘 화제가 되곤 한다. 최근의 예로 스필버그의 (아미스타드)와 (트위스터)가 있다. (아미스타드)는 89년 흑인여성작가 바버라 체이스-리보가 쓴 소설 (사자들의 메아리)와 유사하다고 해서 법정에 갔다. 당시 체이스-리보쪽은 스필버그와 드림웍스에 700만달러를 지불하라고 요구했다. (트위스터)의 경우는 96년 세인트루이스의 각본가 스티븐 케슬러가 쓴 각본 (바람을 잡아라)와 비슷하다고 재판을 받았다. 제작자들에겐 골치아픈 일이지만 이런 사건이 잦다는 건 그만큼 작가가 보호받을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또다른 차이는 저작권을 작가의 것으로 인정한다는 점. 국내에선 일단 시나리오가 팔리면 제작자가 저작권을 갖는 반면 할리우드에선 작가의 예비권리와 별도권리가 계약서에 명기된다. TV, 출판, 연극, 라디오, 상품화권 등을 따로 계약하면서 매번 작가료를 받는 것이다. 또한 일단 시나리오 개발을 해보자며 무작정 시간을 끄는 경우에 대해서도 엄격하다. 만약 계약한 시점까지 영화를 만들지 못할 경우 모든 권한은 작가에게 돌아가며 다음 구매자는 전 구매자가 투자한 비용을 대신 지불하는 조건으로 시나리오를 사게 된다((할리우드의 영화산업)(길벗 펴냄)에서). 물론 이 모든 것이 먼 나라 이야기로만 들리는 게 사실이다. 저작권에 관한 한 한국은 아직 저개발의 기억 속에 살고 있다.

남동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