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미도' 쓴 김희재 작가의 '작가론'

“한 영화의 완성에 있어 시나리오 작가는 친부모같은 존재고, 감독은 양부모같은 존재입니다. 작가가 좋은 소양을 가진 아이를 낳아서 입양시키면 예쁘게 키우는 건 감독의 몫이죠.”

<공공의 적 2> 시나리오를 쓴 김희재(35)씨는 최근 충무로에서 가장 잘 나가는 시나리오 작가다. 얼굴의 가는 선과 차분한 말투가 여성적인 느낌을 주지만 그의 작품 목록에는 <국화꽃 향기>, <누구나 비밀은 있다> 같은 멜로보다 <예스터데이> <실미도>같은 선굵은 액션영화가 더 큰 비중을 차지한다.

만화작가 생활 10년 값진 혼란
글쓴땐 계산과 약속에 충실해야

배우 설경구, 감독 김상진과 동기인 한양대 연극영화과에서 영화연출을 전공한 뒤 만화 스토리 작가로 10년 동안 일했으며 2000년 대학 후배의 제안으로 싸이코 스릴러 의 각색작업을 하면서 충무로에 입성했다. “시나리오가 완성되도 중간에 엎어지는 경우가 비일비재한데 첫 작품이 영화화됐으니 운이 좋은 편이지요.

만화작업을 하면서 전쟁, 역사물 등 온갖 장르의 이야기를 매체라는 정해진 틀에 쉼없이 써본 게 큰 훈련이 됐다고 생각해요.” 김희재 작가를 스타의 자리로 올려놓은 것은 <실미도>. 김 작가의 손에 들어오기 전 6명의 작가를 거치며 만신창이가 돼 나가 떨어져 있던 대본이었다. “소재가 주는 중압감의 함정에 빠지지 않고 장르 공식에 맞춰서 뚜벅뚜벅 써내려간 게 적중했다고 생각해요. 함축성 있는 대사의 매력을 인정해주는 게 작가로서 강우석 감독에게 느끼는 편한 점이죠.”

<실미도>가 개봉한 뒤 그는 ‘아쉬운 점은 없냐?’는 질문을 많이 받았다. 그러나 사석에서라도 감독이나 완성된 작품에 대한 언급을 안하는 게 그의 원칙이다. “시나리오 작가에게 유연성은 무엇보다 중요한 덕목이라고 생각해요. 영화는 수많은 사람의 공동작품인데 자신의 생각만 고수할 수는 없죠. 그리고 현장 나가보면 그 많은 사람들이 시나리오 한 줄 때문에 머리를 싸매고 속을 태우는 데 서로간의 신뢰가 없으면 하기 힘든 일이지요.”

“내가 쓴 한 두줄을 화면으로 완성하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현장에서 헌신하는 모습을 볼 때, 감독이나 배우가 내 의도보다 뛰어나게 인물이나 상황을 해석해낼 때” 감독은 느끼지 못할 전업작가의 기쁨을 맛본다는 김씨가 도전하고 싶은 장르는 누아르. 개인적으로는 <화양연화>처럼 시나리오보다 영상언어가 압도적인 영화도 좋아하지만 해석의 여지가 상대적으로 부족한 로맨틱 코미디에는 그다지 매력을 느끼지 못한다고.

올해부터 추계예대 영상학부에서 시나리오 작법을 가르치고 있는 그는 시나리오를 쓰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건 ‘계산’과 ‘약속’이라고 말한다. “대중영화 시나리오에는 정확한 계산이 필수적입니다. 멋진 그림 하나 만들자고 무턱대고 코엑스를 폭파시킬 수는 없는 노릇이지요. 또 시나리오 한줄에서 자신의 역할을 찾는 백명,이백명의 사람들이 원활하게 소통할 수 있도록 약속에 충실하는 배려가 있어야 합니다.”

필름메이커 김은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