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명동기자의 충무로통신
[시나리오 컨설턴트 아시나요?]

영화 '애자'의 흥행세가 무섭다. '애자'는 '국가대표'의 강한 뒷심을 뿌리치고 개봉 2주차에도 박스오피스 1위에 올라 누적관객 90만명을 넘겼다. 시한부 판정을 받은 어머니와 철부지 딸의 이야기를 그린 이 작품은 모녀관객을 극장가로 불러 들이며 롱런할 기세다.

이 영화의 엔딩 크레딧을 보면 한가지 궁금증이 생긴다. 바로 '시나리오 컨설턴트'라는 직함이다. 대부분 각본 또는 각색으로 그쳤던 과거의 예를 보면, 이 직함은 충무로에서 거의 처음 등장한 용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제작사측에 확인해본 결과, '시나리오 컨설턴트'란 '애자'의 내실을 기하기 위해 시리우스픽쳐스에서 도입한 시스템이다.

구체적인 의미로는 제작사에서 선택한 작품의 드라마적 구조, 캐릭터, 메시지 등 작품의 핵심을 이루는 시나리오의 구성요소들을 작품의 기획자, 제작자, 감독과 함께 점검과 회의를 하는 역할이다.

보통 각색작가는 시나리오 회의와 실제 집필을 일정 기간 동안 반복한다. 그러나 시나리오 컨설턴트는 지속적인 회의는 참여하나 실제 집필은 하지 않는다.

대신 회의에서 제기된 문제점들을 감독(작가)에게 지속적으로 제기해 해결점을 요구한다. 집필에 요구되는 디테일적인 요소들은 감독과 작가에게 전적으로 맡긴다.

예를 들어 어떤 장면의 대사 하나하나를 고치꼬치 따지고 들며 이것의 효율성을 말하기 보다는 그 장면에서 요구되는 대사의 패턴을 지적해 그에 대한 수정을 지시하는 방식이다.

한마디로 시나리오 컨설턴트는 어떤 아이디어, 디테일이 아니라 굵직한 요소들을 직접 파고 드는 역할을 담당한다.

처음 제작사가 받은 '애자' 시나리오에서는 엄마의 존재가 지금처럼 크지 않았다. 기획자, 제작자, 시나리오 컨설턴트는 1차 회의를 거쳐 엄마라는 코드를 집중적으로 발전시켜야한다고 입장을 모았다. 이는 신경숙의 '엄마를 부탁해'의 베스트셀러 행진과 강부자의 연극 '친정엄마와 2박3일'의 대박 흥행을 타고 문화계를 점령한 '엄마 신드롬'의 트렌드를 반영한 결과다. 실제로 시나리오 컨설턴트는 '애자와 엄마의 이야기'의 비중을 대폭 늘릴 것을 감독에게 요구해 감독도 이와 같은 구조에 수긍하고 구체적인 작업에 착수했다.

이 외에도 엄마의 병이 최초 재발 되는 시점, 편집장의 압박에 시달리게 되는 시점, 모녀지간의 갈등의 긴장, 이완, 심화의 시점 등의 구조와 관계와 그 속에서의 캐릭터의 패턴 등을 집중적으로 제기해 지금과 같은 형태의 영화가 완성됐다.

글: 포커스신문사 | 곽명동기자 jobim@fn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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