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형 작가의 설명을 잠시 빌면, “동생이 저보다 한 수 위예요. 전 얄팍한 잔재주로 연애 편지 써서 ‘주님의 어린 양들’을 넘어오게 하는 반면, 동생은 ‘이달의 독서왕' 에 뽑혔어요. 제가 포크 기타 치다 그만두면, 동생은 그룹 사운드 하고. 영화 잡지를 볼 때도 저는 여자 속옷 사진이나 봤는데, 동생은 ‘에이젠슈테인’ 이런 거 읽더라고요.” 두 형제의 어울리기 힘들 것 같은 개성은, 그러나 시나리오 작업에서만큼은 아귀가 딱딱 맞아떨어진다. 전체적인 뼈대를 잡는 건 이원재 작가의 몫이고, 이원형 작가는 대사와 같은 세밀한 부분에 살을 붙인다.

‘코믹 멜로’를 좋아한다는 형과 ‘코믹 스릴러’를 좋아한다는 동생. 이들의 교집합 ‘코믹’은 지금 한창 반응이 좋다. 강우석, 김상진 감독과 박정우 작가 밑에서 연출부 시절을 보낸 이원형 작가는 영화의 테크닉을 빨리, 그리고 가장 효율적으로 배울 수 있었다. 그는 <주유소 습격 사건> 연출부 시절, “다들 대가리 박아!” 라는 이성재의 대사를 아이디어로 내고, 박정우 작가로부터 “작가 한번 해봐라”라는 권유를 받았다. 이원형 작가에게 박정우 작가가 있었다면, 이원재 작가에게는 형이 있었다. 사서 고생인 연출부를 하겠다는 동생을 붙잡고 이원형 작가는 “작가 한번 해봐라”며 같은 조언을 했고, 둘은 즉시 의기투합했다. 이들은 특히 작년 <위대한 유산>의 각색 작업을 마쳤을 때가 가장 잊을 수 없는 순간이었다고 입을 모은다.

"영화인들이 원래 잠정적인 백수 아닙니까"라며 영화 속에서 하릴없이 빈둥거리는 주인공들에 감정 이입을 하는 통에 작업은 즐거웠건만, 경제적으로는 안 해본 아르바이트가 없고 카드가 모두 정지당할 정도로 힘들었던 탓이다. 그러나 그런 고생을 상쇄시키는 건 <위대한 유산>에 대한 거짓말 같은 호의적 반응과 시나리오에 이름을 쓰지 않았는데도 다들 ‘이 형제’가 썼다는 걸 단박에 알아챘다는 것. 이들은 이제 각색 작업뿐만 아니라 그동안 꽁꽁 묵혀둔 시나리오를 가지고 자신들만의 요리를 선보이겠다는 바람을 슬쩍 내비친다. 형의 소원대로 코엔 형제든지, 동생의 소원대로 워쇼스키 형제든지 아무래도 좋다. 어쨌든 이들은 둘 중 하나가 죽을 때까지 같이 작업하겠다는 ‘이 형제’ 아닌가.

베스트 시나리오

이원형: 수오 마사유키 <쉘 위 댄스>(1996)

원래 수오 마사유키 감독 스타일을 좋아하고, 일본영화의 시나리오 구성을 좋아한다. 가족을 따뜻하게 그렸다는 점, 웃음 가운데에서 섬세한 감정을 끌어냈다는 점이 마음에 든다.

이원재: 앤드류 케빈 워커 <쎄븐>(1995)

완벽에 가까운 구성이다. ‘반전은 이런 거다’ 를 보여주는 작품이다. 원래 스릴러 장르를 좋아하는 데다 캐릭터가 잘 살아 있다. 상업 영화 틀에서 볼 때 거의 완벽하다고 생각한다.

필모그래피 <다찌마와 Lee> <재밌는 영화>(각색), <선생 김봉두> <위대한 유산>(각색)

FILM 2.0 글-나지언 / 사진-한희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