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후반에야 글 쓰는 재주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된 황조윤 작가는 누구라도 그러하듯이 자신의 아이템으로 창의적인 작품을 써 보고자 시나리오계에 입문했다. 또한 신인 작가라면 누구라도 그러하듯이 뼈아픈 경험도 여러 번 겪었다. 주로 영화사의 기획을 받아 시나리오를 완성했던 그는 싸우고, 설득하고, 도망가고, 다시 돌아와서 작업을 끝내면서 '시나리오란 한 명의 예술가가 이음새 없이 구워내는 도자기라고 하기보다 여러 사람의 의견을 조립해서 만드는 프라모델 같은 것'이라는 생각에 이르렀다. “오리지널 시나리오에 대한 갈증은 있지만 어디서, 어떤 아이템으로 시작을 해도 끝까지 써내려 갈 자신이 있다.” 그렇게 그는 프로가 되었다.

황조윤 작가가 좋아하는 장르는 멜로와 스릴러다. 멜로영화 <봄날의 곰을 좋아하세요?>나 스릴러영화 <올드보이>는 반전에 힘을 주는 영화였는데, 두 시나리오 모두 관객의 뒤통수를 치기보다는 가슴을 울리는 반전으로 좋은 평가를 받았다. “관객을 속여놓고 '해결'이라고 하는 게 아닌가? 시나리오를 쓰면서 그런 문제로 많이 괴로워했다. 관객이 반전 하나 보려고 극장에 가는 게 아니라면, 어떤 트릭을 쓰는가보다는 반전이 불러오는 감정이 더 중요하다는 생각이다.” 요즘 또 다른 스릴러영화를 쓰고 있는 황작가는 반전에 대한 강박 관념으로 머리가 아프다. 바로 그 감정을 만들어내기에 “나의 경험이나 상상력이 너무나 부족하게 느껴진다”는 황작가이지만 이야기꾼은 중간에 멈출 수가 없다. 이야기는 계속되어야 한다. ‘끝’까지.

베스트 시나리오 : 조엘·에단 코엔 <그 남자는 거기 없었다>(2001)

수많은 변주를 감행하면서도 한 번도 메시지를 놓치지 않는 뛰어난 작품이다. 뒤통수를 치는 이야기 전개, 복잡하게 얽힌 이야기를 한 줄로 풀어내는 솜씨, 그 와중에서도 유머를 잃지 않는 센스, 무게감 있는 캐릭터 등등 매 장면마다 코엔 형제의 천재성에 찬사를 보내면서 영화를 보았다. 또 <살인의 추억>은 더 열심히 공부해야겠다는 생각이 들게 한 작품이다.

필모그래피 <봄날의 곰을 좋아하세요?> <올드보이> <솔롱고스>

FILM 2.0 글-한승희 / 사진-김선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