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작권법에 따르면 시나리오 작가는 자신의 시나리오를 무단 이용하거나 부정 이용한 자에게 손해배상 및 금지청구를 할 수 있다. 무단이용은 허락없이 이용하는 경우와 그대로를 복제한 경우와 유사한 경우를 일컫는다. 부정이용은 허락의 범위를 넘어선 이용을 말한다. 예를 들어 영화화만을 허락하였는데 대본을 출판하여 판매한 경우라든가, TV드라마용으로 극본을 써주었는데 위 드라마를 비디오테이프에 복제하여 판매한 경우 등이 있다.

'시나리오 저작권에 관한 공청회'에서 경희대 이상정 교수(법학과)가 발표한 대표적인 저작권 침해 판례 두 가지를 예시해 보자. 첫 번째는 방송작가들에 해당되는 사건인데, 이른바 'KBS 사건'(1984년) 이 그것이다. 이 사건은 방송극작가(정하연 외 15인)들이 한국방송공사를 상대로 저작권침해를 원인으로 한 손해배상 및 사과광고청구사건이다. 결국 손해배상 청구부분은 받아들이고, 명예회복을 위한 조치로서의 사과광고청구부문은 기각한 판결이 선고됐다. 내용은 극작가들이 한국방송공사로부터 TV드라마 녹화를 위한 극본의 집필의뢰를 받아 극본을 써주었는데 한국방송공사측에서 극본을 토대로 TV드라마 녹화작품을 제작방영하는 한편, 극본저작자들의 승낙없이 비디오테이프에 이를 복사하여 판매한 사안이다. 법원은 이와같은 행위를 저작권의 침해로 인정했다. 승소결과는 극히 유명무실한 것이었으나, 이 사건을 계기로 방송국의 2차 사용에 대해 대가를 청구할 수 있도록 된 것은 큰 진전이라고 할 것이다.

두 번째는 영화쪽에서 벌어진 사건이다. 영화 '<블랙잭>사건'(1998년)이 그것이다. 저작자로부터 영화 시나리오를 매수하면서 그 대금을 영화촬영 작업에 들어가기 전에 지급하기로 약정하였음에도 그중 일부만을 지급한 상태에서 별도의 촬영승낙을 받지 않은 채 영화제작자에게 영화촬영을 의뢰하고 그 영화제작자는 촬영승낙이 없었다는 것을 알면서도 영화를 제작하여 극장상영과 비디오 배포까지 완료했다. 이에 저작자는 시나리오에 관한 저작권 침해행위의 정지를 청구했다. 판결은 국내 극장 상영과 비디오물의 배포까지 완료된 상태에서 향후 저작권침해에 따른 신청인의 손해가 확대되거나 저작권 침해의 급박한 위난이 발생할 사건이 있다고 보기에 부족하고, 가처분을 하게 될 경우 피신청인들이 입게 될 손해가 오히려 크다면 가처분을 하여야 할 필요성이 없다고 했다. 이는 시나리오 작가들의 권익 보호 진전을 가로막는 판결이 돼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