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나라 영화작업에 있어서 시나리오의 위치는
시나리오는 'Pre-Production' 단계에서 이루어지는 작업이라 제작자들이 중시하지도 않고,
과다한 투자만으로도 하지 않는다. 특히 제작자들의 마인드에는 적은 투자를 해도 시나리오는 나온다는 선입견이 숨겨져 있다.
누구나 쓸 수 있는 것, 손쉽게 여러번 고쳐 쓸 수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 것이 문제다.
시나리오 집중관리시스템에 대해 말해 달라
집중관리제도는 허가사항이다. 음악저작권과 방송저작권, 그리고 문예 학술저작권은 허가를 받아 집중관리시스템이 운영중이다.
9년이 넘게 추진돼온 시나리오의 집중관리제도도 이르면 이달 내에 당국으로부터 허가를 얻어낼 전망이다.
그동안 제작자측과의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아 난항을 겪어 왔는데, 이번에 한국영화제작가협회와 영화인회의로부터
동의를 얻어내 허가를 받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15일자로 허가신청서를 제출해 놓은 상태다.
집중관리제도는 시나리오 영역뿐만이 아니라, 제반 영화계에 파급효과를 일으킬 것으로 예상되는데
물론이다. 계약문화가 정착되어 있지 않은 영화계에 계약문화가 뿌리 내릴 수 있도록 파장을 일으킬지도 모른다.
계약 자체보다는 제대로 된 계약이 이루어질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 놓는 것이 중요하다.
개별적인 협상에서 야기될 수 있는 불이익을 배제하고, 매체가 바뀔 때마다 작가의 권익이 보호된다면
시나리오 작가들의 생활은 상당히 나아질 것이다.
표준계약에 의해 달성될 수 있는 중심 사항은
노조와 사용자의 계약처럼 영화인과 영화제작자 간의 계약규정이다. 일단 시나리오 뱅크에 소속되어
위탁관리되는 작품은 고료하한선이 적용될 것이다. 현재 제작자 측과 하한선의 구체적인 액수를 협의중이다.
또한 오리지널 각본이냐 각색이냐, 그리고 윤색이냐에 따라 하한선 액수도 차별을 둘 예정이다.
우리나라 영화산업 현실을 감안해 봤을 때, 외국처럼 수익의 5-7% 선은 힘들고, 대략 수익의 2-3% 가 될 가능성이 크다.
언급했듯이 매체의 변화에 따른 저작권 권익의 유지가 중요한데, TV방영, 해외판매, 인터넷 상영에
이르기까지 권익이 미칠 수 있게 할 예정이다.
집중관리시스템이 노조로 오인될 소지도 있는데
집중관리시스템은 우선적으로 글재주 있는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자는 것이다.
인재들이 모이는 건 곧 한국영화의 기본을 튼튼하게 만드는 일이나 다름없다. 창작과 창작 사이의
공백기간에 원할한 생활이 가능하도록 사전 조치를 하는 것이다. 이는 배우와 감독, 특히 스태프진들에게도
적용 가능한 사항이다. 아직 영화계에서 '노조'가 나오기는 시기 상조다. '노조'가 완벽히 실현되기까지는
현실적으로 여러 문제가 뒤따른다. 그렇다고 영화인의 권익도모에 소홀히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과도기적 단계로 상호 양해와 존중의 국면을 적절히 활용해야 한다.
일부 영화계에서 나오는 '좋은 시나리오의 부재'에 대해 시나리오 작가협회 회장 자격으로 견해를 피력해 달라
시나리오의 질적 문제는 '기획'의 성패와 연관이 있다. 오리지널 시나리오를 가지고 영화를 제작한 경우에는
시나리오의 좋고 나쁨이 작가의 능력과 연관이 되지만, 기획 시스템에 의한 영화제작이 성행하는 경우에는
'좋은 시나리오의 부재'는 거론될 필요도 없는 말이다.
신인 작가의 기용이 활성화되고 있다
세 가지 정도의 요인이 작용했다고 본다. 감각이 신선하다는 점이 있고,
아무래도 신인이니까 전력투구할 수 있다는 점이 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것은 기획,
제작자와의 마찰을 최소화하려는 의도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는 신인 감독의 발탁이 늘어났다는 점과도
연관지어 생각할 수 있는 부분이다.
현재 우리 나라 시나리오의 전반적인 특성이 있다면
예전에는 일본식 작법이 주류를 이루었다. 웃고 울고 분노하는 정서를 중시하는 일본식 작법은 인간의 캐릭터에 초점을 맞춘다.
하지만 최근에는 미국식 작법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정서보다는 비주얼한 '볼거리'에 중점이 두어진다.
충격요법이 많이 적용된다. 볼거리를 위주로 하고 거기에 캐릭터를 맞추는 작법이다. 일본식에서 미국식으로
점차적으로 전환되는 분위기다. 하지만 두 가지 방식의 장점만 뽑아내 우리 나름대로의 작법을 찾아내는 것이 요청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