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에서 영화문화의 토양을 일구기 시작한"
-경성대 연극영화학과

문화예술의 서울 집중현상은 여전하지만 최근 몇년 사이 부산의 영화문화가 상당히 고양된 것은 사실이다. 물론 부산국제영화제의 성과에 힘입은 바 크지만 경성대의 공도 적지 않다.

경성대 연영과는 지난 1983년 영남권에서는 처음으로 연영과를 설립해 불모지나 다름없던 부산에서 영화문화의 토양을 일구기 시작했다. 서울 유학이 여의치 않은 영남권의 영화 지망생들에게는 샘물 같은 존재. 수도권이 아니라는 이유로 초창기에 겪었던 괴리감은 이제 미미한 분위기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 학교쪽의 주장이다. 졸업생들이 제법 현장으로 진출하고, 서울 왕래가 수월해진 탓에 좀 불편한 점은 있지만 치명적인 결함은 아니라는 것이다.

연기와 연출·이론 및 스탭 전공을 합쳐 60명을 뽑는다. 예년과는 달리 올해(98년)부터 지원자는 연기 또는 연출·이론 및 스탭 부문 중에서 전공을 선택해서 지원해야 한다. 2학년이 되면 전공을 구분하던 것을 입학때부터 전공을 정한다는 방침에 따른 것. 실기고사 배점이 35%로 당락을 좌우하는 요인이 될 수도 있다. 연기부문의 실기고사는 신체조건과 특기와 대본 연기로 나뉜다.

연기자로서의 기본적인 용모와 함께 특기, 주어진 과제에 따라 자신의 창의력을 짧은 시간 내 구체적으로 표현하는 능력등을 평가 한다. 대본연기는 제시하는 대본에 따라 연기하는 것과 시험장에 준비된 카드를 선택해 그 상황에 따라 즉흥연기하는 방식으로 실기고사를 본다.

연출·이론 및 스탭 부문은 전공에 대한 기초 이해도를 묻는 구술시험과 적성과 창의력을 측정하는 방식이다. 구술시험은 연극과 영화 중에서 한 분야를 우선 선택하고 해당 부문의 기본적인 이해도를 묻는 문제카드에 답하는 형식이고, 적성 및 창의력 테스트도 방식은 크게 다르지 않지만 세부 전공분야의 특성에 따라 평가한다.

교수 역시 전공별로 나뉘어 있다 . 최정일, 허은, 김동규 교수가 연극쪽이고 영화는 주윤탁, 전수일, 김진해 교수가 맡고 있다.

프랑스 유학파인 전수일 교수는 부산 지역을 거점 으로 활발하게 독립영화를 만들고 있다. 올해 부임한 김진해 교수는 스테 디셀러 영화 '교과서'인 <영화의 이해>라는 책을 번역해 펴냈고 영화 <49일의 남자>를 만든 감독이기도 하다. 전수일 교수는 학생들의 작품을 보면 "개인적인 취향이나 특성이 두드러지는 개성강한 작품을 많이 만드는 것이 경성대 연영과의 특성"이라고 말한다.

경성대 연영과도 설립 15년이 지나 졸업생이 늘면서 부산지역의 방송계에도 많은 동문들이 나가 있고, 영화계에서도 자리를 넓혀가고 있다. 편집기사 박곡지, 연기자 조재현을 비롯 동숭아트센터의 조홍섭 등이 동문이다.

<글:씨네21-오계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