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기는 니혼대학, 이론은 와세다대
-와세다대학 문학부 연극전수과정

우선 지금까지 소개되어 온 각국의 영화 교육기관과 와세다대학의 연극전수과정은 근본적인 차이점 한 가지를 가지고 있다. 이곳의 영화교육은 실기를 철저히 배제한 이론교육 중심이다. 곧 영화제작이 아닌 영화 연구가 교육의 기본 목표인 것이다.

유럽, 미국과 비교할 대 일본의 전문 영화교육은 아직 여러 면에서 체계화돼 있지 않은 상태다. 정규 대학 수준의 영화교육 기관은 니혼대학 예술학부, 와세다대학의 문학부에 설치된 연극전수과정, 그리고 도쿄대학의 표상학과 정도에 그치고 있다.

이 세 대학 모두 대학원 과정까지 설치하고 있기는 하지만 도쿄대학의 경우는 '표상학'이라는 광범위한 범위를 다루고 있고 실제로 영화 이외의 어떤 장르라도 연구 테마로서 선택할 수 있기 때문에 좁은 의미에서의 '영화학'이라는 범위에서는 어느 정도 벗어나 있다. 또 니혼대학은 영화제작의 실기를, 와세다대학은 학문으로서의 영화학 연구를 각각의 특징으로 한다.

한편 니혼대학의 대학원 과정이 최근 새롭게 설치된 것과 비교할 때 1946년 개설되어 올해로 50주년을 맞이하는 와세다대학의 경우, 영화학이라는 '학문' 분야에서는 일본에서 가장 대표적인 학위과정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는 영화전공이 문학부 안에 포함되어 있는 점만 봐도 알 수 있다. 물론 실기과정은 정규 교육과정에서 제외되어 있으나 졸업생 중의 많은 수가 영화 및 TV 그리고 광고 등의 영상부문으로 진출하고 있다. 대표적인 예로는 칸영화제에서 그랑프리를 수상했으며 안성기 주연의 <잠자는 남자>로 본지에 소개됐던 오구리 코오헤이 감독, 그리고 근래 국내에도 잘 알려져 있는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 등이 연극전수과정 출신이다.

학부과정은 1~2학년의 경우 크게 제1문학부와 제2문학부(야간과정)로 나뉘며 3~4학년 올라가면서 연극전수과정에 진입하게 된다. 연극전수과정에는 연극, 무용, 가부키, 노오 등의 민속예술, 영화 등 전공과목들이 개설돼있다. 문학부의 수업은 제1문학부, 제2문학부의 경우 약간의 차이는 있으나 우선 전체학생을 대상으로 한 '기초과목'(기초연습과 기초강의), '광역과목'과 각각의 전공 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전문과목'으로 나누어져 있고, '전문과목'은 다시 연습, 연구, 강의의 세 부분으로 구분되어 있다.

1996년도의 제1문학부의 경우를 예로 들자면 총15과목의 전문과목 중 4개의 영화과목의 수업이 진행되고 있다. 구체적인 수업은 내용은 1)영화표현의 제 양상 2)20세기에 있어서 예술사조와 영상과의 관계 3)영화사 4)영상론 등이다. 그 밖의 광역과목, 기초과목 내에도 '연극/영상(사진론)', '영하 연구의 방법-비평에 관하여', '비교영화사연구', '영화 연구의 영역', '영화 연구의 탈영역', '누벨바그 연구' 등의 수업이 이루어지고 있다.

대학원 과정의 경우는 '문학연구과'내에 예술학 전공과정(미술사와 연극부문으로 나누어져 있다)이 설치돼 있다. 이중 연극전공의 경우 일본연극, 서양연극, 무용, 영화의 4가지 전공과목 중 한 가지를 선택한다. 대학원 과정은 전기 과정(석사)의 2년과 후기 박사과정의 3년으로 이루어진다. 매년 9월경에 입학시험을 치르며(일본의 학기는 4월에 시작되며, 와세다대학의 경우 문학부가 다른 학부에 비해 입학시험 일정이 훨씬 빠르다) 문학연구과의 경우는 일본 국내에 거주하고 있어야만이 서류접수가 가능하다.

시험과목은 유학생의 경우 전공과목(영화사 및 영화 이론일반, 영화학 관계 문헌 등에 관련한 논술시험)과 별도의 일본어 시험의 두 과목으로 영어 등의 외국어 과목은(1996년도 입학의 경우) '필수과목'에서 제외되지만, 실제 논문을 작성하는 과정에서 연구의 테마에 따라 필요한 각각의 외국어를 읽을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만 하므로, 일본영화 또는 자국 영화를 연구하고자 하는 경우가 아닐 때에는, 관련 외국어(예를 들어 영화이론의 경우 대략 프랑스어, 영어 문헌을 읽을 수 있는 어학능력)의 지식은 필수사항이라 할 수 있겠다. 대학의 경우 1학년 학비는 입학금을 포함하여 166만엔이며 대학원의 경우는 76만엔이다.(96년도 당시 기준임)

한국의 유학생은 지금까지 대체로 한 학년도에 1명 정도가 합격하고 있으며, 졸업생, 재학생을 합쳐 7명이 석사과정에 입학했고, 아직 박사과정에 진학한 예는 없다.

와세다대학의 부설기관으로 1928년 건립된 '연극박물관'이 있다. 이곳에는 일본뿐만이 아니라 세계 각국에서 수집된 영화 초기부터의 각종 자료 및 문헌들이 충실히 정리되어 있으며, 연극전수과 내에도 1930, 40년대의 할리우드 고전영화들을 중심으로 16mm필름들을 수집한 '와세다 필름라이브러리'가 갖추어져 있어 대학원생을 중심으로 정기적인 상영회가 열리고 있는 등, 올해로 100년을 맞는 와세다대학 문학부는 영화 연구에 필요한 자료면에서도 일본 내에서는 그 기반이 가장 튼튼한 편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글:도쿄-박창학 : 63년생, 고려대 국어국문학과 졸, 음반 제작 및 작사가로 활동, 96년 현재 와세다 대학원 영화학 과정 이수중 >

교수 인터뷰 -이와모토 켄지(영화이론) (96년도 당시 인터뷰 내용입니다!)

실제 연극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연극 본질의 연구를 목표로 삼고 있다. 본질의 연구를 통해 '연극학'이라는 학문을 구축하는 것이라고 바꿔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연극학'이라는 용어의 개념은 무엇인가? 그리고 전공과목의 명칭도 조금은 모호한 느낌을 받는데...

우리가 다루고 있는 연극이라는 개념속에는 동서고금의 무대연극, 영화, 민족예능, 행위예술 등이 폭넓게 포함되어 있으며, 그 각각의 학문의 개념을 '정의해 나가는것' 또한 하나의 목적이라 할 수 있다. '연극전수과'라고 하는 명칭을 좀더 구체적으로 '연극.영화전수', 또는 '영상.영화전수' 등의 새로운 명칭으로 바꾸는 것에 대해 논의가 되고 있기도 하나, 명칭에 의해 연구의 범위, 시야, 방향 등이 좁아지는 위험에 대해 검토가 충분히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즉 '연극학'이라고 하는 폭넓은 용어의 사용은 그 속에 포함된 여러 가지 분야를 비교, 연구할 수 있는 장점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는 뜻이다. 역사를 가로축으로, 그리고 각 장르를 세로축으로 하는 등 얼마든지 그 범위를 넓혀나갈 수 있는 각각의 연구와 그 통합을 통한 이론화 작업을 중요시하고자 한다. 영화 연구에 한정하여 이야기하더라도 결국 연극, TV, 비디오아트 등과의 관련을 무시할 수는 없다.

실기를 제외한 이론적 연구만을 다루고 있는 이유는?

일본의 영화제작은 대규모 영화사의 역사라고도 할 수 있다. 촬영소를 중심으로 한 현장교육이 그 중심이 되어 왔다. 와세다대학이 문학연구과 내에 영화전공과를 만들게 되었던 1940년대 중반, 이러한 촬영소 중심의 교육이 무척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었기 때문에 대학에서는 학문으로서의 연구에 중심을 두고자 하는 뜻이 있었던 듯하다. 미조구치 켄지, 오즈 야스지로 등의 일본을 대표하는 거장들이 현장에서 배출되었던 것을 예로 들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1960년대 전반을 축으로 하여 TV의 발달, 영화자본의 약화 등을 원인으로 현장교육이 부진해짐으로써 현실적으로 현재 일본에서는 영화 제작에 관한 교육 자체가 부실해 진 것은 사실이다. 근래 들어 다시 영화사의 소수정예 현장교육 등을 중심으로 새로운 변화의 움직임이 조금씩 일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학부졸업생은 주로 어떤 방면에 진출하고 있는가?

NHK 및 민영방송 등 TV매체에 진출하는 경우가 역시 가장 많다. 그외에 대체로 대기업의 광고회사의 영상부문, 영화회사의 마케팅, 출판저널 분야 등의 순이며, 소수의 학문적 관심을 가진 학생들은 석사과정에 진학하고 있다.

일본에서의 영화 연구의 현장에 대해서 말한다면?

물론 연구자의 수에서나 교육기관의 수에서나 미국과는 아직 비교가 되지 못하고 프랑스의 예처럼 영화의 연구가 강한 사상적 영향력을 지닌 단계에는 이르지 못하고 있으나 역사적으로 볼 때 무척 이른 시기부터 영화의 연구가 시작되어 그 연구성과의 축적으로 인해, 역사적인 정리가 제대로 되어 있다는 점, 그리고 자국 영화뿐만이 아니라 세계 각국의 영화들에 대한 연구도 체계를 가지고 이루어져왔다는 점 등은 외국의 연구자들로부터도 긍정적인 예로 평가받고 있다. 필름 라이브러리의 설비면에서도 일본은 자료의 질면에서 미국만큼은 발전되어 있지 않으나, 많은 초기 자료들이 소실되지 않았고, 체계적으로 정리되어 있으며, 자료 및 배우, 감독사전도 정리되어 있는 등 전체적으로 볼 때, 유럽과 아시아의 중간 정도의 위치가 아닐까 생각한다.

개인적인 연구의 관심은?

현재 메이지시대로부터의 자료들을 정리하여 '비교환등사'라는 제목의 논문을 단계별로 발표해 가고 있다. 영화 이전의 필름이 존재하지 않았던 시대로까지 돌아가 "영사된 상"을 통해 일본인은 어떤 꿈을 그려왔고 또 보려했는지를 근본적으로 탐색하려 한다. 한국 및 아시아영화에 대해서도 개인적으로는 관심을 가지고 있으나 정보 및 자료으 부족과 언어 능력의 한계로 이렇다 할 성과에는 이르지 못한 상태이다. 이후에도 아시아 각국의 유학생 및 연구자들과의 교류를 중심으로 더 구체적인 연구를 해 나가려고 한다.

한국학생 인터뷰 : 윤용순(예술학 석사과정) (96년도 당시 인터뷰 내용입니다!)

연구하고 있는 테마는 무엇인가?

이:인연이라고 해야할지... 중국은 꼭 블랙홀 같다. 빨려들어가는 것, 그런 거다.

배우는 게 많나?

1930년대 일본 독립영화에 대한 연구이다. 결국 도달하고자 하느 곳은 역시 한국영화이므로, 조금 더 일찍 학문적 연구의 분위기가 자리잡혀 있는 일본에서의 경험을 한국영화를 공부하기 위한 토대로 삼고자 한다. 80년대 이후 한국에서도 논의가 활발해지고 있는 독립영화에 대해 개인적으로 가장 흥미를 가지고 있었다는 점이 이와 같은 테마를 결정하게 된 이유이다.

영화 공부를 일본에서 하기로 마음먹게 된 이유라면?

생물학을 전공하고 영화와는 거리가 먼 직업을 가지고 있었지만, 그저 영화가 좋아 줄곧 나름대로 공부를 해오고 있었다. 우리 영화의 출발부터가 일본영화와의 관계를 떼놓고는 완전히 설명할 수 없지 않을까 하는 결론에 이르게 되어 현지에서 본격적으로 공부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지금 공부하고 있는 대학에 대해 말한다면?

전체적으로 꾸준히 자신의 테마를 연구하고 있는 사람들이 생각 외로 많았다. 물론 실제로 영화를 만들고자 하는 이들에게는 큰 도움이 되지 못하리라고 생각하지만, 연구를 중심으로 생각하고 있는 사람들을 위해서는 그러한 분위기 자체가 무척 좋은 자극이 되리라고 본다.

졸업 후의 계획은?

석사과정을 마치면 한국에 돌아가서, 일본영화를 중심으로 한 영화의 배급일을 하고 싶다. 그리고 서울이 아닌 지방, 특히 부산을 중심으로 시네마테크운동을 추진해보자는 생각도 갖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