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ga를 통해본 국내 시나리오 작가조합의 필요성
영화계는 아직도 '노동권' 개념의 불모지대로 남아있다.
무명의 시나리오 작가가 영화사에 들이 밀었다가 거부된 시나리오가 충무로 이곳 저곳을 떠돌다 전혀 엉뚱한 제작자를 만나 새로운 작가의 이름으로 영화화되는가 하면, 낯익은 에피소드를 보고 나서 한참 후에야 자신이 몇 년 전에 써놓았던 시나리오의 한 부분이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는 무명 작가의 이야기가 들리기도 한다. 영화 제작에 막대한 기여를 함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영화판의 마이너러티로 남아있을 수밖에 없는 시나리오 작가들의 딱한 신세를 드러내는 모습이다.
70년대 정부의 발전 드라이브 정책처럼, 오늘날의 한국 영화계는 소수를 제외한 다수의 권익을 외면한 채 외형적 성장 위주로 발전해 왔고, 발전이라는 명목 하에 다수의 노동의 댓가가 무시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유명 감독, 배우들을 제외한 영화산업 종사자들은 날품팔이처럼 자신들의 목소리를 내지 못한 채 영화판의 이곳저곳을 기웃거리고 있는 형편이고, 이들을 대변하는 이익집단이나 단체는 거의 찾아볼 수 없다. 할리우드와 비교할 때 한국의 영화가 역사적인 면에서나 산업적인 면에서 일천하다는 것을 위안 삼아 내세울 수는 있지만, 높아져가는 시장 점유율의 그늘 밑에 여전히 불이익(구체적으로 드러나는 것이든 심리적인 것이든)을 당하는 집단이 있다는 사실은 한국 영화의 발전을 저해하는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
미국 영화산업의 시나리오 작가 조합의 존재를 소개하려고 하는 것은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이다. 세계의 제왕으로 군림하고 있는 할리우드의 이면에, 각 분야에서 일하는 전문가, 비전문가들이 있고, 이들의 노동 조건을 보장하고 이익을 대변하는 집단이 있으며, 이러한 산업 구조가 보다 철저하게 이들의 창조적 작업을 뒷받침하고 있다는 사실을 제시하기 위해서이다. 또한 한국 영화산업이 전문적인 산업 구조로 개편되기 위해서는 할리우드의 사례가 모범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 WGA의 역사
미국 작가 조합(Writers Guild of America, 이하 WGA)의 역사는 191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작가 조합(Writers Gulid)은 장편 및 단편 소설, 꽁트 등의 작가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한 목적으로 처음으로 조직되었다. 이후 드라마 작가(Dramatists Gulid)들이 드라마 작가 조합을 구성하였으며, 작가 조합에 동참하여, 이것이 나중에 작가 연맹(Wirters League)으로 개편되었다. 1921년, 새로운 표현 매체인 영화의 발달은 시나리오 작가 조합이 구성되도록 하였으며, 이 조합 또한 작가 연맹의 일원이 된다. 1921년부터 1933년 사이 시나리오 작가 조합은, 조합의 성격보다는 클럽의 성격을 띠고 활동한다. 클럽하우스를 소유하고 있었으며, 클럽하우스는 사회적 활동, 연극 상연, 전문적 정보 교환의 장소로서 이용되었다. 그러나 이 기간 동안 시나리오 작가들의 권익과 경제적 조건 향상을 위한 구체적 행동의 필요성이 대두된다.
1933년 열 명의 시나리오 작가들이 할리우드의 루즈벨트 호텔에 모인다. 이들은 미국 노동법에 의거하여 시나리오 작가들의 권익을 위한 보호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하기 시작하였고, 1937년 미 대법원의 노동관계법에 대한 역사적인 판결은 시나리오 작가 조합의 일원화를 가져오게 된다. 이들은 집행부의 선거 권한을 요구하게 되고, 마침내 영화 산업에 종사하는 모든 작가들을 위한 이른바 종합적인 거래 대행인으로서 시나리오 작가 조합의 구성을 인증받게 된다.
1939년에는 제작자들과의 총체적인 협상이 시작된다. 이 협상은 1941년에 마무리되는데. 첫 번째 계약서는 1942년에 의해 서명된다. 그러나 이들의 조직적인 노력의 대부분은 제2차 세계 대전 이후로 연기된다. 시나리오 작가 조합은 1939년부터 1947년까지 내부적인 정치 투쟁의 시기를 거친다. 이 시기 동안에는 라디오 산업 발달로 작가 연맹의 새로운 지부인 라디오 작가 조합이 결성되고, 1949년에는 텔레비전이 보급되기 시작한다. 시나리오 작가 조합은 라디오 작가 조합의 태동을 도왔으며, 1950년에는 그 내부에 텔레비전 작가 집단을 구성하였는데, 그것은 이들의 권익을 보호하려는 목적도 있지만, 또한 이들 집단에 대한 통제권을 행사라는 의도도 포함되어 있는 것이다. 한편 또 다른 텔레비전 작가 조합은 동일한 목적과 의도로 작가 동맹 내에도 조직된다. 그러나 작가 동맹 내에 지나치게 많은 지부들이 계속적으로 생겨나게 되자, 1949년 드라마 작가 조합, 라디오 작가 조합, 텔레비전 작가 조합, 시나리오 작가 조합의 대변자들은 뉴욕에 모여, 보다 단순하지만 강력한 집단의 구성 필요성을 논의하기 시작한다.
마침내 1954년 개편된 조직이 출범하는데 이들은 미 동부와 서부에 각각의 작가 조합을 형성한다.
■현 WGA의 역할 및 활동
오늘날의 WGA는 영화, 공중파 방송, 케이블 방송과 상호작용이 가능한 새로운 매체의 작가들을 대변하는 노동 조직이다. 서부와 동부에 각각의 조합이 구성되어 있는데, 서부는 로스앤젤리스에, 동부는 뉴욕에 본사를 두고 있다. 미시시피 강은 두 조합의 행정적, 법적 권한을 구분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WGA의 역할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첫째는 조합원들의 시나리오의 판매를 중개하는 역할로서, 제작자들이나 방송국을 대상으로 조합원들의 창작물이 조합원들에게 유리한 조건으로 판매될 수 있도록 하고 이들의 저작권이 훼손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며, 둘째는 조합원들의 노동 조건을 감시하여 이들이 불리한 조건에서 일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미국에는 소수 집단의 이익을 대변하는 단체들이 많이 있지만, 영화산업 내에서도 각 부분의 종사자들을 대변하는 단체가 구성되어 있다. WGA 뿐 아니라 각각의 단체들은 구성원들의 이익을 대변하는 소극적인 역할 이외에 미국 영화 발전을 위한 거시적이고 적극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 이유는 안정된 노동 조건이 보다 훌륭한 창작물을 만들어 낼 수 있고, 이렇게 만들어진 창작물이 영화산업 종사자들의 경제적 조건을 향상시켜 영화 산업을 발전시키는 기능을 되풀이한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 WGA의 보다 더 자세한 내용은 www.wga.org 를 클릭하십시오.
글 by 최윤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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