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영화기획이라는 영역이 제대로 자리잡은것은 얼마되지 않았다. 80년대 중반 영화업이 자유화되고 젊은 영화인력이 기획이라는 새로운 파트를 개척, 나름대로의 상업적 성공과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하면서 그 중요성이 확고해 지게된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영화기획 업무는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가 있다. 영화제작의 전 과정을 관장하는 제작기획, 그리고 작품의 흥행 여부와 밀접한 시장개척과 홍보, 배급에 전력하는 홍보기획이 그것이다.

그러나 실제적으로 한 편의 영화가 관객들에게 선보이는 과정에서 기획자의 역할은 한마디로 요약할 수가 없을 정도로 매우 다양하고 복잡하다.

영화기획의 과정에 대해 보다 구체적으로 언급하자면 다음과 같다.

우선 영화의 소재, 즉 아이템을 찾거나 창조해내는 일이다. 이를 위해서는 풍부한 상상력을 갖고 항상 경험과 생각을 다양하게 전개 해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

소재가 얻어지면 영화화에 대한 타당성을 검증, 주변 전문가나 영화인들의 의향을 타진한 뒤 자료조사에 나선다. 영화의 배경이 되는 시대의 생활상, 정치적 사회적 상황, 인물의 직업에 대한 정확한 지식 등 참고가 될만한 자료는 최대한 조사하고 수집한다.

물론 이런 자료조사는 참고의 대상일뿐, 무엇보다 풍부하고 다양한 체험을 통해 단련된 자신의 감각과 상상력을 어떻게 구체화 할 것인가가 중요하다. 그리고 그 구체화는 실질적으로 입장료를 부담하고 관람할 관객의 시선에 맞춰져야 한다.

그 다음 시나리오 작가를 물색하고 대본이 나오면 영화의 구성과 제작여건의 현실성등에 관하여 다시 몇차례의 기획회의를 한다. 그런후 최종적인 시나리오가 나오면 영화를 이끌어갈 감독, 배우, 스텝들을 섭외한다. 물론 제작사를 구하는 것은 가장 어렵고 중요한 일이다.

제작사를 구하고 영화촬영이 진행되는 동안은 촬영장소 섭외와 진행은 물론, 끊임없이 화제거리가 되도록 매스미디어를 통해 그 작품을 홍보하는 일에 전념해야 한다. 필요하다면 없는 말도 만들 수 있어야 되며 심지어는 각종 분쟁으로 인한 소송까지도(대부분 본의 아니게 진행되지만) 영화 자체의 홍보만 놓고 보면 긍정적으로 작용 하므로 최대한 언론에 알려지도록 보도자료를 보낼 필요도 있다.

그리고 나서 작품이 개봉되면 그 작품의 흥행여부, 자본과 이윤회수에 책임을 져야한다.

그래서 영화기획자는 흔히들 영화 한편을 한 가정으로 치면 그 작품의 촬영과 경제적 사정을 책임질 가장과 작품이 끝날때까지 한시도 신경을 놓을 수 없는 어머니로 비유한다.

특히 90년대 초반부터 소위 기획상품이라는 영화가 한 동안 침체에 빠져있던 우리영화를 활성화, 흥행적 성과를 얻은 뒤로 이제 영화기획자의 위치는 어느때보다 중요한 것이 사실이다.

영화기확자가 되는 길은 다양하다. 그만큼 광범위하고 어떤 특정한 형태의 입문 방법이 없다는 뜻이기도 한데 대체로 다음의 경로 가 있다.

1) 대학이나 전문대등 교육기관에서의 경우

학과의 선택이나 전공과는 일단 무관 하다. 그러나 자신의 전공외의 타분야에 폭 넓은 관심을 가져야 한다. 영화기획은 종합예술로서의 영화의 기능을 수용하고 응용하는 업무이므로 다양하고 풍부한 교육과 재능이 뒷받침되어야한다.

그리고 그다지 높은 학력을 요하는 것은 분명 아니지만 업무의 특성상 외국 영화의 정보를 보다 빨리 입수하고 검토하는 과정에서 외국어에 능한 자일수록 유리하다.

2) 영화사 홍보실이나 기획실에 취업

현재 프리랜서나 독립프러덕션의 대표로 활약 중인 실무자의 대부분이 각 영화사의 홍보나 기획실 출신이 많은점을 고려해 볼 때, 그 곳에서의 외화홍보나 개봉영화의 기획 업무가 좋은 경험임이 분명하다. 그러나 아직은 공채보다는 인맥에 의한 취업이 많으므로 가능한 한 많은 관계자를 알아 두는 것이 좋다.

3) 타 분야 스탭으로 출발

어떤 면에서 가장 바람직하다고 볼 수있다. 실제로 영화 기획 업무는 영화제작의 전반적인 분야에 대한 지식과 영화 관계자들과의 밀접한 관계가 필요로 하므로 타 분야 특히 연출부로 출발, 점증적으로 지식과 경험을 확대하고 인맥을 형성한다면 실무에 임할 수 있는 기회 또한 많다.

그러나 이 경우는 단지 영화기획을 모색하기 위한 한 방편으로써 보다는 그야말로 영화 사업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도와 경험도를 높히기위한 진지한 태도가 우선되야 한다.

무엇보다 영화기획을 꿈꾸는 사람은 한편의 영화가 어떤 사람들에 의해 어떤 방법으로 제작되고 개봉되는지, 어떤 소재나 테마가 어떤 촬영기법과 연출로 표현되는지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그리고 영화의 작품적인 평가와 흥행여부, 사회에 미치는 영향 등에 대해 다방면으로 세분화시켜 관찰하고 분석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무엇보다 영화 보기에 열중하는 태도가 필요하다. 실제로 현재 활약 중인 기획자들은 시력을 보호하기 위해 안약을 눈에 넣어가며 작품감상을 하는 이들이 허다하다.

그리고 언제나 새로운 시각으로 사물과 사회를 끊임없이 탐구하는 자세와 지구력 또한 필수다. 어떤 소재와 스토리가 영화가 될 수 있고 그런 영화가 타인의 눈에 어떻게 비칠 것인가를 늘 사고해야 한다.

아무튼 영화 기획을 꿈꾸는 사람은 하루 24시간 오로지 영화만 생각해야 한다 해도 과언이 아닌데 좋은 영화기획자로서의 적성과 자격은 따로 없으며 또한 특별하고 남다를 필요도 없다. 다만, 꿈조차도 영화로 꿀 수 있을 만큼 영화에 대한 한없는 관심도를 타고 나거나 키워야 한다.

끝으로 수입에 대해 언급하자면, 기획사에 취업하는 경우엔 일반 회사수준의 급료를 받게되고 뜻있는 사람들과 기획사를 설립할 경우 어느 정도 수준에 이르면 보수는 꽤 높게 보장되는 편이다. 작품화가 결정되고 계약이 채결되면 약 1,500 ~ 2,000만원 정도의 기획료가 주어지고 흥행여부에 따른 보너스가 따른다고 보면 된다. 그러 나 영화흥행은 할리우드의 전문 흥행사들도, 최첨단 컴퓨터로도 예측이 불가능하므로 영화기획자의 수입 또한 정확히 얼마다라고 할 수 는 없다.

<출처 : 이기한 영화세상 http://myhome.hananet.net/~filmsoft/main.ht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