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EASY COME EASY GO!" - 김인영

91년 한국방송작가협회 교육원 신인상을 수상하고, KBS 드라마게임 「내 사랑 미쉘」로 데뷔, MBC 일요아침드라마 「짝」과 베스트극장, 특집극 「미찌꼬」, 미니시리즈 「진실」등을 비롯하여 얼마전 종영한 미니시리즈「맛있는 청혼」을 집필


방송작가가 되겠다는 결심이 선 계기나 이유?

원래 드라마작가가 꿈이 아니었기에 언제라고 꼭 집어말할 순 없지만 아마도 대학 4학년때 학교 신문사의 학술상 공모에 난생 처음 쓴 소설이 당선이 되고 그 후 바로 또 동네친구의 타자기를 빌려 독수리타법으로 친 난생 처음 써본 드라마가 상을 타면서 ‘혹시 나에게 재능이?’ 하는 착각을 하기 시작했던 것 같습니다. 특히 방송작가협회 교육원에서 준 상은 내 앞길을 제시해준 등불과도 같은 역할을 했죠. 작가협회는 내 운명에 크게 관여하고 있는 듯해요(하하). 대학교때 ‘걸어서 하늘까지’란 미니시리즈를 MBC에서 했는데 그걸보며 가슴이 뛰고 피가 온몸을 휭휭 소리나게 돌아 ‘나도 저런거 쓰고 싶다’ 이런 생각을 했어요. 그때 그 작품의 연출과 조연출이 지금 ‘맛있는 청혼’의 이은규 CP와 박성수 PD랍니다. 재밌죠?


10년동안 어떻게 살았나?

91년에 신인상을 받으면서 철없던 나는 이 힘들고 험한 바닥의 생리를 모른채 이제 단막극 몇편 쓰다가 내년엔 미니시리즈를 써야지. . .하며 가슴 벅찼습니다. 그런데 웬걸 데뷔하기까지 3년이 걸렸고 데뷔후에도 2년동안 단막극 3개를 쓰는데 그쳤죠. 여러모로 운이 따라주질 않았습니다. 이러다 5년만에 저에게 기회가 왔는데 다름아닌 ‘장미와 콩나물’ ‘아줌마’등을 연출한 MBC의 안판석 PD였습니다. 베스트극장 공모 최종심에 올랐던 제 작품을 눈여겨 본 그는 내게 ‘짝’을 쓰면 잘 쓸 것 같다며 내가 쓴 대본을 겨우 2개 보고 저에게 ‘짝’을 맡기는 모험을 했죠. 그동안의 내공이 제게 그 기회를 잡는 힘을 준 것 같아요. 여러분중에 기억하시는 분도 계시겠지만 짝은 꽤 인기가 있었습니다. 짝을 2년 쓰고 3년동안 매년 미니시리즈를 한편씩을 썼습니다.


드라마 작가로서 갖춰야 할 자세가 있다면?

우리(드라마 작가 및 작가 지망생)는 보통사람과 다릅니다. 보통 사람보다 감수성도 풍부하고 예민하고 마음도 여리고 정도 많고 그런가하면 꽁하니 상처받은 것 쉽게 못잊는 속좁음도 있고 어리숙하면서도 독하고. . . 가끔 연출자들이 내가 쓴 대사와 씬을 전혀 다르게 해석을 하는 경우가 있어 깜짝 놀랄 때가 있습니다. 나는 이럴땐 주인공이 당연히 이렇게 행동하리라 생각을 하고 썼는데 주변에선 말이 안된다고도 하고. . . 이럴땐 한발 물러서 넓은 시야로 다시 보는 일이 필요하더라구요. 유연성이 필요합니다. 자기 줏대나 작가로서의 고집을 버리란 소리가 아니고 남들의 시각이 자신과 다른 점을 이해하고 마음에 담으라는 것이죠. 우리의 생각이 남과 다를 수 있다는걸 알아야 합니다. 그리고 시청률에 따라 작품이나 작가에 대한 평가도 오르락 내리락하는 동네라 자기만의 중심을 잘 잡는게 필요합니다. 일희일비하지말 것. 그리고 남들의 평가에 흔들리지말고 자신을 파악하는 눈을 기를 것. 남들이 칭찬해도 내가 부끄러운건 부끄러운 것이고 남들이 다 깎아내려도 내가 자신있으면 기죽지 않는겁니다. 나의 진실과 노력과는 다르게 상처받는 일이 이 곳엔 많습니다. 그러나 스스로에 대한 떳떳함과 자신감이 있으면 이겨낼 수 있습니다.


후배들에게 하고 싶은 말?

친하지도 않았는데 어찌어찌 연락처를 알아 전화를 해오는 여고 동창들이 있습니다. 그리곤 한단 소리가 ‘얘,나도 드라마를 한번 써볼까 하는데...’ .. 남보기엔 출퇴근도 없고 집에서 편하게 커피마시며 끄적끄적 원고써서 주면 돈도 많이 벌고 이름도 나고 탤런트들이 선생님 선생님 하는 아주 훌륭한 직업으로 착각을 하고 있더라구요. EASY COME EASY GO! 여러분 앞으로 고생할 각오를 하십시오. 운동화 바짝 졸라매고 좋다 한판 붙어보자! 양손에 침을 퉤퉤 바르고 눈빛을 빛내시기를. 그리고 오기와 독기를 쌓는 시간에 너무 고통스러워 하지 마시길. 그 시간은 앞으로 이 길을 가는 여러분께 훌륭한 자양분이 돼 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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