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전에 할리우드 간다 두고봐!’ - 윤제균

“이룰 수 없는 꿈과 이룰 수 있는 꿈이 있잖아요. 세상에서 대리가 가장 높은 줄 알았던 평범한 샐러리맨이 영화감독이 된다는 것은 이룰 수 없는 꿈이었죠.”

영화 ‘두사부일체’ ‘색즉시공’으로 연달아 흥행 대박을 터트리며 충무로의 새로운 ‘히트메이커’로 떠오른 윤제균 감독. 그는 3년 전만 해도 평범한 월급쟁이였다. 말단 대리. 아침 일찍 집을 나섰다가 저녁 늦게 돌아오는 일상의 반복이었다. 그런 그가 지금 영화계의 주목과 부러움을 한몸에 받는 흥행감독으로 변신했다.


■ 샐러리맨 윤제균

98년 한 해는 우울하고 침울했다. IMF 위기가 그에게도 닥쳤다. 은행대출을 받아 경기도 군포의 한 빌라에 신접살림을 차렸는데 외환위기로 이자만 한 달에 70만원을 내야 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아내가 퇴직한 데 이어 그 해 8월 광고회사에 다니던 그마저도 한 달간의 무급휴직을 당했다.

“짧지만 제 인생에 가장 우울했던 암흑기였죠. 단지 돈 때문에 사랑하는 아내와 싸움도 잦아지더라구요.”

그는 당시 밖에 나갈 수가 없었다. 일단 외출하면 차비며,점심값이며 적어도 몇 만원 정도 있어야 했는데 그 돈이 없어 집에만 있었다. 대신 선택한 소일거리가 글을 쓰는 것이었다. 이때 쓴 시나리오가 신혼여행지에서 일어나는 기괴한 사건을 다룬 ‘신혼여행’. 99년 3월 그가 처음 쓴 이 시나리오는 한 공모전에서 당선돼 3,000만원의 상금을 받았다.

한 달 만에 복직해 다시 평범한 회사원으로 지내다 2000년 4월 벤처열풍이 불 당시 그도 이직을 선택했다. 그가 선택한 길은 일반인을 대상으로 영화 제작비를 모으는 펀드. ‘엔터펀드’라는 이름으로 특허출원까지 한 그는 인터넷포털사이트 심마니와 합작으로 엔터펀드닷컴을 설립했다.


■ 영화감독 윤제균

감독의 길은 아주 우연했다. 투자자 가운데 한 사람이 “좋은 영화 시나리오가 있느냐”고 묻길래 자신이 쓴 ‘두사부일체’ 시나리오를 건넸다. 이때 “내가 한번 해보겠다”고 투자자에게 말했지만 “미친 놈” 소리를 들어야 했다. 광고 제작 외에는 영화 제작 경험이 전무한 그가 감독을 맡는다는 것은 말도 안되는 일이었다. 하지만 며칠 지나지 않아 투자자가 감독을 맡아보라고 권유했다. 단지 시나리오에서 보여진 감각만을 믿는 ‘모험’이었다. 그는 2001년 4월 영화 ‘두사부일체’의 감독으로 드디어 새 인생을 시작했다.

윤제균은 지금까지 감독을 맡은 두 편의 영화를 모두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와 맞대결을 벌여 흥행에 성공했다. 윤감독은 “그 경험이 짜릿하다”고 표현했다. 2003년 12월께 그는 세 번째 작품으로 다시 한번 할리우드 영화에 대결을 벌일 생각이다. 종종 그의 영화가 ‘싸구려 3류 영화에 불과하다’ ‘조폭,섹스코미디에 어쭙잖게 감동 코드를 집어넣었다’는 혹평도 받았지만 개의치 않는다. 자신이 가장 ‘잘할 수 있는’ 분야가 바로 코믹물이기 때문이다.

윤감독의 꿈은 나이 40살 이전에 할리우드에 진출하는 것이다. ‘말도 안 되는 일’이라고 비웃을 수도 있지만,이미 그는 평범한 샐러리맨에서 감독으로 변신한 ‘말도 안 되는 일’을 이루어냈다. 재미와 감동,여기에 영화만이 보여줄 수 있는 볼거리가 충분하다면 할리우드도 문제없다는 생각이다.

윤제균 감독은 또 한번 ‘인생대역전’을 준비하고 있다.


■ 윤제균 감독은?

▲ 출생:69년 부산,1남1녀 중 장남.

▲ 학력:부산 낙민초등-동래중-사직고-(삼수 끝에) 고려대 경제학과

▲ 좌우명:진실되게 살자(대내적),자존심을 버리면 인생이 즐겁다(대외적)

▲ 가족:어머니와 아내.

▲ 경력:96년 LG애드 전략기획팀 입사-99년 LG애드 광고제작팀(AE,카피라이터로 근무)-2000년 4월 퇴사 후 엔터펀드닷컴 근무(지분 20%)-2001년 8월 영화 '두사부일체' 영화감독으로 변신

▲ 작품:2001년 영화 '두사부일체'-정준호 정운택 정웅인 주연,전국 340만명 기록. 2002년 영화 '색즉시공'-임창정 하지원 주연,1월13일 현재 전국 346만명 입장.


■ 3년전 윤제균 지금의 윤제균

'월급쟁이'에서 '영화감독'으로…. 3년 만에 '인생대역전'을 이룬 윤제균 감독의 일상에는 어떤 변화가 있을까? 그의 과거와 현재를 비교해 봤다.

▲ 돈, 10억쯤 벌었어 부자지?

2001년 말 영화 '두사부일체'의 흥행 성공으로 그가 받은 돈은 많지 않다. 관객몰이에는 성공했지만 '운좋은' 신인에 불과했다. 하지만 영화 '색즉시공' 흥행 성공으로 마침내 큰돈을 만지게 됐다. 자신이 세운 영화사 '두사부필름'의 첫 작품이어서 개인적으로 최소한 10억 가까운 수입을 올렸다. 샐러리맨 시절에는 1억은커녕 내 집 마련도 요원한 그였다. 그래서 수익 정산이 끝나면 맨 처음 자신의 이름으로 집을 장만할 생각이다. 부산에 홀로 살고 있는 어머니를 위해서도 아파트 한 채를 사드릴 예정이다.

▲ 요즘 효자소리도 곧잘 들어

지난 12일 어머니 생일을 맞아 부산에서 잔치를 벌일 때 어머니는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대학 2학년 때 홀로 된 이후 갖은 고생을 하며 그의 학비를 마련했던 어머니. 이젠 신문이나 TV에 나오는 유명인사가 된 아들 때문에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요즘도 어머니는 '색즉시공'이 상영되는 부산 남포동 극장을 찾아가 매진될 때쯤 전화를 걸어 "또 표가 없다카네"라면서 즐거워한다. 윤감독은 "어머니가 사주나 궁합을 볼 때마다 아들이 마흔 전에 평생 벌 것을 다 번다는 말을 듣고 '무슨 월급쟁이한테 그런 일이 있겠노'라며 돌팔이라고 비웃곤 했어요. 하지만 요즘에는 그 점쟁이가 용하긴 용하다고 주위에 자랑을 하곤 다녀요"라고 말했다.

▲ 아내도 자랑스러워 하지!

고려대 91학번인 아내 유영이씨는 화교 출신이다. 윤감독과는 신입생 때 교양영어를 같이 듣다 '눈이 맞아' 결혼까지 이르렀다. 7년 만에 결혼한 아내는 요즘 감독이 된 남편이 신기하기만 하다. 임창정,정준호 등 TV나 영화로만 보던 스타들이 수시로 전화를 걸어 안부를 묻는 현실이 여전히 믿어지지 않는다. 윤감독은 "언젠가 임창정과 만날 때 아내가 같이 있었는데 사인 해달라고 조르더라구요"고 너스레를 떤다. 그래도 규칙적인 생활의 샐러리맨 아내보다 외박도 잦은 감독의 아내가 싫지는 않을까? 아리따운 여배우들과 어울리는 남편을 보면서 '혹시 바람이나 피우지 않을까' 불안하기도 할 터이다. 윤제균 감독은 "샐러리맨과 감독 가운데 양자택일을 하라고 말했더니 아내는 그냥 씩 웃더군요"라며 "그런 믿음을 절대 배신하진 않을 것"이라는 '공처가' 같은 말을 했다.

<글 : 스포츠투데이 고규대 기자 enter@sportstoday.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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