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자리가 넓어질 때까지 - 오시욱

"쓸 소재의 전공을 정하라면 [부부]와 [결혼]을 택하겠다"

<생과부 위자료 청구소송> 시나리오를 쓴 작가 오시욱씨의 관심은 부부이야기에 집중해 있다. "인간의 생활사 중에서 가장 아이러니하면서도 폭발적인 소재" 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인간이 만든 법과 도덕같은 규율까지 더해진다면 금상첨화다. 법정 다툼은 같은 사건을 두고 서로 상반된 주장과 입장이 있고, 또 서로를 이해하고... 그런 과정과 법정의 긴장감이 그에게는 흥미진진하다.

<생과부 위자료 청구소송>은 그의 세번째 '자식'이다. 90년, "쓰고 싶은 이야기를 쓰겠다"며 극한 상황에 다다른 '살벌한' 부부이야기를 소재로 쓴 작품이 있었는데 우연히 읽은 강우석 감독이 "인상적"이라고 평했고, 그 인연으로 <마누라 죽이기>를 써서 데뷔했다.

두번째 작품인 <홀리데이 인 서울>에 대해서는 미련이 많다. 정작 자신은 표현하고 싶은 이야기를 잘 그렸다고 생각했는데 구설수에 올라 결과가 빗나가버렸기 때문이다. 그는 "언젠가 꼭 재도전해보고 싶다"며 '명예회복' 의지를 조심스럽게 드러냈다. 김의석 감독으로부터 소외라는 화두를 받고 그는 스타킹을 신을때마다 포장지의 사진을 보고 재미있어 했던 기억을 떠올렸다. 그는 "늘씬한 다리만 있고 상반신은 보이지 않는 다리모델을 생각했고, 혼자 호텔방에 갇혀 몇달씩 작업하면서 유일하게 만나는 벨보이에게도 소외를 포착했다"고 <홀리데이 인 서울>의 배경을 설명했다.

<생과부 위자료 청구소송>에서는 "원작에도 없는 이기자(심혜진) 역을 만들어서 수습하느라" 고생했지만, 그래서 더욱 더, 쉽지않은 법정 분위기를 잘 연기해준 배우들과 강우석 감독이 고맙다고.

촬영일정, 개봉일정 다 잡아놓고 그 일정에 맞춰 시나리오를 쓰게 되므로 언제나 '죄인'이 될 수 밖에 없는 것이 제일 큰 불만이다. 때문에 그는 시간이 가장 무섭다.

그는 <바로 마을 이야기>라는 "어른을 위한 동화'를 손질하고 있다. 좀 쉬어간다는 의미도 있지만 진작 준비해둔 작품이다. "어른과 아이는 지구인과 외계인만큼 다른 종족"이라고 생각하고, "결혼과 육아는 인간을 가장 인간답게 만드는 본질적인 것" 이라는 그의 말에서 후속작의 윤곽을 어렴풋이 짐작할 수 있다.

그는 85년 합동영화사의 영화인재 공모에 뽑혀 충무로에 발을 디딘 뒤 이장호 감독의 <명자, 아끼꼬, 쏘냐>의 조감독도 거쳤다. 시나리오 작가의 좁은 자리를 넓힐 때까지 열심히 시나리오를 쓰겠지만 "보는 사람에게 폐를 끼치지 않을 자신이 생기면" 연출도 하겠다는 욕심을 가지고 있다.

<글 : 씨네21-조종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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