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나리오 쓰기는 구조를 찾아내는 것에서 출발한다 - 에드 솔로몬

<엑설런트 어드벤처> <맨 인 블랙>의 시나리오작가 에드 솔로몬

“할리우드의 작가들과 한국 작가들은 모두 같은 고민, 같은 욕망, 같은 어려움을 지녔다. 한국에서는 우리를 멍청하게 살찐 부자들로 생각하는 것 같지만, 그건 오해다. 하하.” <엑설런트 어드벤처> <맨 인 블랙>의 ‘흥행 작가’ 에드 솔로몬의 농담스런 항변이다. 영화진흥위원회 해외기획개발세미나 초청 강사로 한국을 방문한 솔로몬은 지난 6월29일과 30일 이틀 동안 한국 시나리오작가들을 대상으로 강연과 세미나를 진행했다. 올해 초까지 전세계의 이목을 끌었던 할리우드작가조합 파업 당시 협상단 중 한명이었던 그에게서, ‘꿈의 공장’의 속내를 전해 들었다. ‘솔로몬의 지혜’는 결국 평범한 진리의 다른 말이었다.

예전부터 written by, screenplay by 등 할리우드 영화의 작가 크레딧이 상당히 복잡하다고 느꼈다.

일단 written by는 오리지널 시나리오를 쓴 작가에게 주어지는 크레딧이다. screenplay by 혹은 screenstory by는 원작을 각색한 사람을 위한 크레딧이다. 하나의 크레딧 뒤에 여러 작가의 이름이 나오는 경우, 두 사람의 이름이 ‘and’로 연결됐다면 누군가가 초고를 쓰고, 뒷사람이 두 번째 버전을 썼다는 걸 의미한다. 두 이름이 ‘&’로 연결됐다면 두 사람이 팀을 이뤄서 작업했다는 뜻이다. 스튜디오가 독단적으로 크레딧을 결정했던 시절에는 프로듀서나 감독의 이름이 작가 크레딧에 등장하는 경우도 많았지만, 몇년 전 작가조합이 크레딧에 관여할 수 있는 권리를 얻었다.

작업했던 영화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건 무엇인가.

영화로서 가장 좋아하는 것과 시나리오로서 좋아하는 것이 다르다. 시나리오로만 따지자면 첫 장편영화 시나리오인 <엑셀런트 어드벤처>가 가장 즐거웠던 경험이다. <맨 인 블랙>은 대중적인 성공작이었을 뿐 아니라 함께했던 모든 이들의 재능이 조화를 이룬 자랑스러운 영화이며, 나로 하여금 지금의 지명도를 얻을 수 있도록 만들어준 영화였지만 시나리오로서는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오히려 내가 시나리오를 쓰고 연출했던 <레버티>처럼 유명하지도 않고, 좋은 평가도 받지 못했던 시나리오가 개인적으로는 가장 마음에 든다.

할리우드에서 작가들이 촬영장을 방문하거나 후반작업을 지켜보는 건 가능한가.

예전엔 내가 시나리오를 쓴 영화가 완성되는 과정을 지켜보는 것, 세트장 구경을 좋아했지만 요즘은 아니다. 첫째로 촬영장은 지루하다. 둘째로 감독이 믿을 만하다면 거기 있을 이유가 없고, 감독이 믿음직스럽지 않다면 거기 있는 게 굉장히 힘들다. (웃음) 시나리오가 망가져가는 걸 지켜봐야 하니까. 내가 최종 작가가 아니라면 영화를 보지도 않는다. 재미도 없고 시간도 없고, 본다 해도 기분만 나빠진다. 이 일을 하면서 영화의 제작여부나 결과물로서의 영화가 아닌, 과정으로서의 시나리오가 나의 일이라는 것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걸 배웠다.

경제학을 전공했던데, 영화계에는 어떻게 발을 들였나.

작가가 되고 싶었지만 그걸 할 수 있는지에 대한 확신도 없었고,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 대학 2학년 때 나이트클럽에서 스탠딩 코미디를 하는 누군가의 작가로 고용되어 글을 쓰기 시작했고, 시나리오 작법 수업 등을 들었다. 내가 작가로 일했던 코미디언 중 한명이 나를 TV 프로덕션에 소개시켜줬고, 4학년 때부터 시트콤 대본을 쓰기 시작했다.

굉장히 일찍 작가가 된 셈이다.

계속해서 재능을 의심했고, 직업작가가 되기 위해 더 능력을 개발해야 한다는 생각뿐이었다. 아이러니는 이 일을 어느 정도 통제할 수 있게 되고, 예전에 비해 더 잘 쓸 수 있게 됐다고 느끼게 되었는데, 할리우드는 이제 좀더 젊은 작가들을 선호한다는 점이다. 여전히 나를 필요로 하는 프로젝트들이 있지만 나의 목표는 나이가 들더라도 일을 위해 구걸하지 않아도 되는 것, 내가 계속해서 일을 할 수 있음을 증명하는 것이다. 나이가 들면 경험과 인식은 깊어지지만, 젊을 때 의지했던 본능은 점점 사라지게 마련이다. 일을 시작했을 때의 본능과 열정, 애정을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

당신이 시나리오를 썼던 25년간 할리우드영화의 이야기 구조나 스토리텔링 방법은 계속해서 변해왔다.

확실히 변했다. 여전히 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제 나는 시나리오를 ‘쓰는’ 것보다 구조를 잡는 일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 할리우드영화는 모두 동일한 구조를 지녔다는 오해가 있지만, 세상의 모든 이야기와 영화에는 고유한 구조가 있다. 사람의 성격이나 DNA처럼. 시나리오를 쓴다는 것은 그걸 찾아내는 것에서 출발한다.

한국영화계에는 요즘 각색영화가 점점 많아지면서, 오리지널리티의 부재가 문제처럼 여겨지고 있다. 할리우드는 어떤가.

굉장히 슬픈 상황이다. 누구도 오리지널 시나리오 개발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 나와 같은 작가들은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고 옷을 사주기 위해서 일을 해야 하지만(웃음), 더이상 흥미롭지 않은 일에 매진해야 하는 딜레마에 봉착해 있다. 많은 사람들이 보러올 만하면서, 내가 쓰고 싶고, 또 스튜디오까지 만족시킬 만한 이야기를 시나리오로 완성한다는 건 정말 힘든 목표가 되어버렸다.

씨네 21 - 글 : 오정연 사진 : 오계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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