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회가 8살 때 내가 처음 발을 들였으니 그러고도 벌써 12년이라는 긴 세월이 지났다. 그 사이 극회인들의 땀과 고뇌가 담긴 많은 공연이 무대에 올랐다. 때로는 설레였고 때로는 악몽 같았던 그 추억들은 극회인 모두에게 소중한 것이다. 그리고 이제 20이라는 숫자와 함께 그것을 축하하고 지난 시간을 돌이켜볼 때가 된 것이다.

이번에 올리는 단막극들은 공교롭게도 나와는 인연이 많은 작품들이다. 닐 사이먼의 희곡은 재학 중 실연을 했던 작품들이고 그 밖의 것들은 졸업 후 '마음을 여는 101가지 이야기'와 '영혼을 위한 닭고기 수프'라는 원작을 모티브로 후배 지호에게 써준 것들이었다.

우선은 스스로에게도 부끄러운 희곡들을 닐 사이먼이라는 대 작가의 작품과 함께 공연하기로 결정한 극회인들에게 죄송함과 동시에 고마움을 표하고 싶다. 다만 독자들에게 잔잔한 감동을 주었던 원작이 있기에 그것으로 작품에 대한 소개를 대신할까 한다.

닐 사이먼은 알려진 바와 같이 현대의 대 희극 작가다. 그의 작품의 우수성은 소시민의 삶을 아주 재미있고 기발하게 풀어나간다는 데에 있다. 원제가 <굿 닥터(Good! Doctor)>라는 작품에 포함된 단막극 <겁탈>과 <생일선물>도 예외는 아니다. 친구의 아내를 유혹하려는 바람둥이의 이야기나 창녀를 통해 아들에게 성을 가르쳐주려는 아버지의 이야기는 상식적으로 유쾌하지 않을 수 있지만 사이먼은 특유의 재능으로 극을 경쾌하게 끌고 나간다. 개인적으로 '굿 닥터'라는 작품은 내게 연극의 재미가 무엇인지를 가르쳐준 작품이었다.

반면 <지금 당장>과 <마음의 창>은 삶에서 일어난 생동감 넘치는 일화들을 원작자인 잭 캔필드와 마크 빅터 한센이 40년에 걸친 경험을 바탕으로 옮겨 적은 에피소드의 일부다. 두 사람은 "세상은 원자가 아닌 이야기로 이루어져 있으며 그것 자체만으로도 마음을 열고 인생의 기운을 되찾게 하는 힘을 지니고 있다"고 강조한다. 나 역시 그러한 점에 매료가 되어 희곡으로 옮겨보자는 욕심을 냈었던 것 같다.

어쨌거나 이번에 올리는 이 네가지 이야기는 관객들에게 쉽게 다가설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고전적인 희곡들처럼 장대하지는 않지만 우리 삶 속에서 쉽게 엿볼 수 있는 그런 종류의 인물들이 나오는 이야기인 것이다. 그 점은 항상 관객에게 친숙하게 다가가고자 했던 극회의 이념과도 일맥상통하는 부분이기도 한 것이다.

20주년을 발판으로 앞으로 극회가 20살의 젊은 청춘들처럼 더욱 활발해지기를 바라마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