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 은 외 유

중학교 1학년 봄, 가까운 벗 셋이 기차타고 서울가기로 했다. 그때가 4288년이다.
<<쌍팔년도 서울 상경기>>라는 짧은 글을 썼다.
이젠 없어졌지만 지금도 아련히 마음속에 담겨있다.

호리병속에 가득 담긴 약주가 있다하여도 마개를 따야 마실 수 있다.

경의선만 끊기지 않았다면 희망의 땅, 미지의 세계를 찾아 북으로 북으로 갔을 것이다.

하는 수 없이 남대문 시장에서 꿀꿀이 죽을 먹었다.
코큰 군인이 먹다 버린 돼지의 밥이다. 배불리 허천하게 먹었다.
6.25 민족 싸움이 끝난 때이다.

집나간지 일주일뒤 돌아왔다.
어머니는 나를 껴안고 목놓아 엉 엉 우셨다.
나는 품속에서 씩-웃었다.
리얼리즘!

우리 중앙극예술연구회가 창립된지 처음으로 졸업생과 재학생이 어울려 막을 올린다.

선물

원혜, 인규, 순형, 현주, 선영, 혜진, 재한, 예진, 승민, 영훈 졸업생과 미형, 지환, 정석, 재학생이 배우로 등장한다.

바쁜 직장과 학교 생활을 접어두고 나도 모른사이 많이 준비했구나!! 근한, 도원, 장욱, 수원, 만재, 은혜, 보선이 등 모든 극회 식구가 총동원되어 뒤에서 도와주었구나!! 강병헌 고문, 신기옥 여사, 독일에 유학간 윤걸이, 원종이, 석배가 보고프다. 중국에서 통큰 인동이가 왔으면 좋겠다. 안성공기처럼 순수하기 그지 없는 호식이는 극회 행사가 있으면 꼭 참석해 주어 기쁘다.

성렬, 정우, 선례 세 사람이 극회를 만든지 어언 20년 세월이 흘렀다. 그때가 1983년 겨울이었다. 우리 중앙극회가 연륜을 더하면서 식구도 불어났고 사회 각층에서 활발히 활동하는 졸업생을 볼적이면 큰 보람을 느낀다. 덤웨이터, 금관의 예수, 리어왕, 저리핀 영혼 서러운 들꽃되어, 너도 먹고 물러나라 등 수많은 공연에서 연출을 맡고 기획을 하고 캐스트와 스텝을 맡았던 학우들을 잊을 수 없다.

어린 나이에 연극이 좋아 연극에 취해 혼신의 정열로 극회를 일으켜 세웠음을 안다. 그때는 순진무구한 대학 시절이였었지. 이제 졸업한지 여러해 지나 어린 후배들과 연극을 같이 하는 감회가 남다르리라 생각한다.

여러분은 연극으로 몸과 마음이 하나가 되었습니다. 연출을 맡은 영진군, 재한군 노고가 많았습니다. 언젠가 조국을 이끌어 나갈 여러분! 평화통일이 오는 날! 극회 모든이에게 하느님의 가호가 있으시길 기원합니다.

가장 어려웠을 때 영석군, 승호군이 늘 내 곁에 있었습니다. 모두 잊을 수 없습니다. 고마울 따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