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처음 술에 대한 기억은 다섯 살쯤인 것 같습니다. 따뜻한 어느 봄날, 엄마 손을 붙잡고 따라나선 논에서였습니다. 아저씨들이 준 막걸리를 몇 모금 받아 먹다가 그만 처음으로 술에 취해버렸습니다. 시큼한 단맛을 내는 막걸리, 비틀거리며 논바닥에서 느껴지는 기분좋은 미끌거림, 취한 내 꼴을 보고 웃는 아저씨들, 취해 쓰러진 논바닥에서 스물거리며 올라오는 진한 논 냄새. 눈 위에서 빙글빙글 도는 푸르디 푸른 하늘.

우리는 가끔 처음을 기억하려 애를 씁니다. '처음'이라는 말에 지금 우리가 살아가며 잊고 지내는 무언가가 잊기에 우리는 그때를 그리워합니다. 내가 처음 사랑을 느낀 적은 언제지, 삶이 힘들어서 처음 눈물은 흘린적은... 처음 그리워 해본 사람은 누구였나...

20년 전 저의 중앙극예술연구회는 처음으로 모여서 연극을 올렸습니다. 처음 연극을 올릴 때의 그 설레임, 작은 심장 박동수 만큼의 두려움, 서로의 믿음으로 느낄 수 있는 희열 등, 스무 해가 지난 지금 처음의 우리 공연을 찾기 위해 애를 써주신 여러 선배, 후배님들에게 감사를 드립니다. 그리고 20년동안 저희와 함께 울고 웃고, 노래를 함께 불러주신 김석준 교수님께도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