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을 위한 짧은 소묘-에 부쳐

중앙극회 25주년 및 김석준 지도교수 정년퇴임 기념 공연 중앙극회 25주년 기념공연은 無心의 공간이다.

대학로에 있는 인생들은 그들의 꿈을 잠시 접어 두고 이 무대에 섰고, 직장에서, 혹은 가정에서 뛰쳐나온 졸업생들은 틀에 박힌 그들의 굴레 속에서 잠시 화려한 외출을 했다. 학부생들은 재충전을 위한 소중한 시간을 아낌없이 바쳤다. 현실이란 멍에를 과감히 벗어 던져버릴 줄 아는 이들의 일탈이 존경스럽다. 이 무대는 우리에게 또 다른 감회를 갖게 한다. 다름 아닌 김석준 지도교수님의 정년퇴임을 기념하면서 만든 무대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처음 극회를 만들기로 작정하고, 동기인 김정우 아저씨와 교수님을 찾아뵐 때 첫 마디에 극회 지도교수를 허락해 주셨던 교수님.. 지난 25년의 세월이 흘러간 지금, 한 순간의 결정으로 교수님은 이 무대에서 25년을 방황하셨다. 교수님의 가슴속엔 무엇이 남았을까? 아마도 어린 학생들의 끝없는 치기와 울부짖음과 좌절들을 보면서, 당신의 가슴 속도 이미 시커멓게 타버리셨을 지도 모른다.

그 어떤 상황에서도 그 자리를 지켜주셨던 교수님.. 우리는 그의 희생에 대한 보답으로 무엇을 했을까? 편린 같은 몇 편의 추억들과 몇 장의 사진과, 그리고 어쭙잖은 미소들로 때워버리려 하진 않았는지. 그래서인지 이 무대를 떠나려하는 그의 등 언저리를 보며 괜시리 콧등이 시큰거린다.

아직 그 분께 못 다한 사랑을 드릴 기회를 주소서.. 중앙극회 25주년 기념공연을 마련한 모든 극회 식구들과 이영진 연출 ,김윤걸 예술감독 이하 ACTORS, STAFF 들에게 다시 한번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이 무대가 끝날 때, 우리 모두의 가슴엔 무엇이 남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