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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1년 흑석동 본관에서 대학합격증을 받아 나오던 저는 우연히 8기 임성순이 형을 만납니다.
저의 고등학교 선배님이거든요...
시험 보는날 이후 두번째로 흑캠에 온 터라 반가운 사람을 만나니 좋터라구요.
성순이 형은 저를 정말 정말 반갑게 맞이해 줍니다.
순진한 저는 그 반가움에 끌려 대학극장 밑에 조그만 소극장으로 갑니다.
이것이 무언가... 정말 공사판 같은 곳에서 비닐 천막을 옆으로 들어가자,
귀여워 보이는 8기 방재호형이 혼자서 바디를 하다가 저를 봅니다.
성순 : 어.. 인사해.. 내 후배인데 극회 신입단원이야..
혼자만에 썰렁함이 채 가시기도 전, 8기 최승은 누나가 나타납니다.
성순 : 야!!! 지금이 몇시야??? 이딴 식으로 할꺼야..
분위기는 삭막해 지고 가겠다는 소리 못하고 저는 합격후 즐기는
그 귀중한 시간을 무려 30분이 넘게 공사판 안에 갇혀 있게 됩니다.
이게 저의 극회 생활 시작입니다.
달은 바뀌고 과 오티와 총학 엠티에서 겁나게 인기를 모으고 대학의 생활을 시작하는 시점...
전 무지하게 많은 동아리 제의를 받습니다. 중대합창반, 가반데, 유스호스텔 등등 수없이
많은 선배들의 권유를 뒤로 하고 갈등하던 전..
선배와의 대화였기에 예의상 어렵게 동방을 찾아간 저는 아무도 없는 동방을 만납니다.
지저분함은 이루 말할 수 없을 뿐더러 그 특유에 냄새.. 그 암울한 분위기...
전 불쾌함 까지 느끼면 돌아서는 순간, 문에는 '가정대 1112로' 라는 문구를 보고 말았던 겁니다.
머리 속에 맴도는 수백가지의 생각 속에서 무슨 악의 구렁텅이로 빠지는 듯한
찝찝한 느낌으로 저는 가정대 1112로 가고야 말았죠.
아 그곳에서 악마들을 만나게 됩니다. 붉은 악마도 아닌 극회악마들...
성순 : 아! 죄한아(성순형의 구강구조에서 나오는 말투).. 왔구나. 인사해..
재련 : 반갑다.. 난 90학번 이재련이야...
(허스키한 말투와 동시에 내밀었던 손은 두툼하면서 나의 손을 쥐는 그 엄청난 악력)
난 조금씩 작아져 간다....
8기 장경수 : 우리과야...
열심히 중앙 써커스를 연습하던 8기 방재호와 이준호(여기서 중앙 써커스란 재호와 준호가 되지도 않는
무술을 가지고 막고 차고 뛰면서 하는 정말 재미없는 쑈다)
재호 : 안녕..
준호 : 안녕.. 난 8기 이준호야..
8기 강순형 : (놀러 와서는) 나.. 순형.. 반가워.. 잘 생겼다..
8기 오해숙 : (커다란 입을 벌리며) 귀엽다..
8기 정진영 : (겁다게 귀여운 표정을 지으며) 안녕...(눈 깜빡 깜빡)
이건 또 무엇인가? 겁주고 약주는 것도 아니고 이 여자들이 왜 나를 저러 눈으로 처다보는 것인가.. 난 무척 당황한다.
나중에 자연스럽게 알게되는 사실들이지만
드럽고 냄새나고 그저 연극에만 미쳐서
극회 여자들을 여자로도 안보는 풍토에서
개강과 동시에 만난 신입생은 그저 예쁘고 귀엽게만 보임.
그리 오래 가지 않고 여느 선배들과 비슷해짐.
그날부터 난 알지도 못하는 연극을 눈치보며 비판해야 되게끔 되었구 시키면 노래를 불러야 되고
심부름과 잡일들을 즐거운 표정으로 해야만 하게 된다. 그 먼 내리를 술사러 자주 가게 된다.
더 곤혹스러운 것은 성순형과 계속해서 비교되면서 구강구조에 이야기를 듣는 것이다
난 계속 공연 준비를 전력으로는 아니지만 그래도 돕는다..
드뎌 "재채기" 공연은 시작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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